정부가 내년 공시가격을 올 해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발표하자 다세대주택 집주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역전세의 유탄으로 빌라 시세까지 떨어지고 있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조건을 맞추려면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더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 67개의 행정제도 기초자료로 사용하는 지표다. 현실화율이 동결되면 보유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국민들은 대체로 반긴다. 그러나 빌라 임대업자들은 울상이다. 정부가 지난 해 빌라 대상 전세사기를 근절한다며 새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빌라 시세를 계산할 때 ‘공시가의 140%’를 최우선 사용하도록 하고 세입자가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췄다. 이에 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은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강화됐다.
세입자는 HUG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매물 위주로 찾기 때문에 집주인은 이에 맞춰 전세 보증금을 내려야 한다. 특히 올해 빌라 등 다세대주택의 가격 하락으로 내년 공시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 전세가는 더 낮춰야 한다. 실제로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최근 1년 새 2.1% 하락했다.
이에 임대인협회는 빌라 등 다세대주택의 시세를 산정할 때 현실화율이 극히 낮은 공시가격을 우선 적용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며 다른 가격 지표도 정부가 공인해 줄 것을 촉구했다. 임대인협회는 “공시가 외에도 비아파트의 주택의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들이 여럿 존재하는데 현실화율이 극히 낮아 시세와 괴리가 큰 공시가격을 우선순위로 하면 빌라 전세 시장의 역전세, 세입자의 보증가입 불가 문제가 계속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