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부동산의 대표로 꼽히는 오피스텔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매매가격은 1년 넘게 하락 중이고 거래량과 입주 물량도 반토막났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달 오피스텔 매매가는 9월보다 0.13% 떨어졌고 작년 7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이 0.32% 떨어진 것을 비롯해 서울(-0.07%)과 수도권(-0.08%)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내림세가 이어지면서 내년 오피스텔 기준시가도 전국 기준 4.78% 떨어졌다. 기준시가가 하락한 것은 2005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기준시가는 국세청이 매년 말 확정해 이듬해 상속·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때 시가를 알 수 없는 경우 활용한다. 지역별로는 충남(-13.03%)의 하락폭이 가장 컸고 전북(-8.30%), 대구(-7.90%), 경기(-7.27%), 제주(-7.26%) 순이었다.
가격이 내려간 것은 고금리 여파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수익형 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은 연 3~5% 수준. 하지만 리스크가 제로에 가까운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를 웃도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관리에 손이 많이 가는 오피스텔을 찾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량도 감소세가 뚜렷다다. 연초부터 8월까지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작년 3만3939건에서 올해 1만7853건으로 47.4% 감소했다. 지방(8692건→6081건, 30% 감소)보다 수도권(2만5247건→1만1772건, 53.4% 감소)에서 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2021년엔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로 투자 수요가 쏠리며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이 4만3124건에 달했다. 작년 이후 금리 급등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포함 등의 여파로 대출을 받기 까다로워지자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올해 역전세와 전세 사기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세입자들은 빌라뿐만 아니라 오피스텔도 기피하고 있다.
시장 분위기가 식으면서 공급도 크게 줄었다. 올해 오피스텔 분양 물량은 지난 해(2만6587실)보다 30.8%(8183실) 감소한 1만8404실로 집계됐다. 분양에서 입주까지 2~3년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2만9825실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복잡한 규제도 시장 냉각에 한몫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비주택으로 분류돼 취득세율이 4.6%로 높다. 하지만 다주택 여부를 산정할 때 주택 수에 포함되는 ‘이중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 주택 수에 포함되면 기존에 주택을 가진 사람은 다주택자 중과를 피하기 위해 오피스텔 매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투자자가 외면하는 원인이다. 오피스텔 소유주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내년 도입될 신생아특례대출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정책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거나 제도가 보완되지 않는다면 오피스텔 시장은 당분간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