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중 3분의 1 이상이 월 임대료 100만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된 일부 지역은 빌라가 월세 100만원 넘는 조건에 계약된 사례도 있다. 고금리와 전세사기 여파로 월세가 치솟으면서 청년층의 결혼 기피와 저출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 해 전국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를 조사한 결과, 100만원 초과 거래의 비율은 34.5%로 2022년(31.7%)에 비해 2.8%포인트 높았다. 월세 가구 셋 중 하나 이상이 매달 월세로 100만원 넘게 지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택 관망세와 고금리 등의 여파로 월세 수요가 늘면서 고가 월세 비율도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청년이나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빌라(다세대·연립)도 월세 부담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빌라 월세는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연속 올랐다.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26㎡)는 지난 달 보증금 1천만원, 월세 150만원에 계약됐고 광진구 화양동 빌라(29㎡)도 보증금 2천만원, 월세 220만원에 최근 계약됐다.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세입자들은 월 지출이 적은 전세를 선호했지만 지금은 대출이자와 전세사기 부담 때문에 보증금을 최대한 낮추려다 보니 방 두 개짜리 빌라 월세가 1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도 지난 1년 사이 11.6% 올라 57만4000원이 됐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임대차 시장의 주류가 전세에서 월세로 옮겨가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지만 월세 부담이 너무 급속도로 늘면 청년층의 근로 의욕이 꺾일 수 있다”며 “월세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려주고 양질의 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민간 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