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강원도 아파트값이 상승 곡선을 그려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연장이라는 호재로 사실상 수도권에 편입되는 효과를 누리게 된 춘천과 원주는 지난 2월부터 줄곧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태백산맥 동쪽(영동지역)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등 여파로 ‘세컨드 하우스’ 열풍이 식으며 혼조세를 띠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달 넷째 주 강원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 전에 비해 0.04% 올랐다. 1월 셋째 주부터 7주 연속 뜀박질이다.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집값이 플러스를 보이고 있는 건 강원도가 유일하다. 서울만 해도 작년 12월부터 13주 연속 내림세를 걷는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1·25 교통대책’에서 GTX-B를 춘천까지 연장하고 원주를 종점으로 하는 GTX-D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예정대로 추진되면 춘천시민이 2030년부터 GTX-B를 타고 청량리와 서울역,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수서와 삼성, 강남 등 서울 강남권을 지나는 D노선(2035년 개통 예정)은 원주까지 연결된다.
다른 한편으로 강원도 부동산시장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 혜택을 받는다는 시각도 있다. 지역인재전형을 노린 ‘지방 원정’ 수요가 수도권과 붙어 있는 강원도로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그동안 새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았던 춘천은 최근 분양시장 성적도 좋은 편이다. 또 작년 하반기 공급된 ‘춘천 레이크시티 아이파크’(27.8 대 1) ‘더샵 소양스타리버’(31.4 대 1) ‘춘천 금호어울림 더퍼스트’(18.5 대 1) 모두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동해안의 강릉과 속초는 올 들어 아파트값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초 아파트 가격이 오르던 강릉은 최근 4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속초도 이번 주 0.05% 떨어졌다. 외지인 매수 비중이 높은 동해안은 최근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외지인의 발걸음이 뜸해지는 게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3년(2021~2023년)간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 중 서울 매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속초(17.1%)와 강릉(10.5%)이 춘천(9.8%)과 원주(9.2%)보다 높다.
그래도 입지 경쟁력을 갖춘 단지는 선방하고 있다. 작년 10월 분양한 ‘강릉 오션시티 아이파크’는 만점(84점) 청약통장이 접수돼 눈길을 끌었다. 바다 조망이 가능한 ‘오션뷰’ 아파트로 입소문을 탄 영향이다. ‘강릉 자이르네 디오션’에도 83점짜리 고가점 통장이 등장했다. 호수(영랑호)와 붙어 있는 속초 동명동 ‘e편한세상 영랑호’ 전용 84㎡ 가격은 작년 11월 3억8000만원에서 지난 1월 4억9000만원으로 뛰었다.
분양을 앞둔 단지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원주 푸르지오 더 센트럴’(총 1502가구), ‘e편한세상 춘천 만천’(479가구), ‘속초 영랑공원 공동주택’(1024가구) 등이 상반기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