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선호하는 부동산 투자처로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이 저물고 아파트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수익형 부동산을 외면하는 가운데 회복 조짐을 보이는 일반 아파트를 주목하는 것이다. 국내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8명은 올해도 주택 가격이 떨어지겠지만 절반가량은 올해 최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이 같은 조사 내용을 담은 ‘2024 KB부동산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부동산시장 전문가 172명, 협력 공인중개사 523명, KB 프라이빗 뱅커(PB) 7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PB에게 자산 관리를 받는 고액 자산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동산 자산으로는 일반 아파트가 33%로 1위에 올랐다. 이 조사에서 일반 아파트가 투자 선호도 1위에 오른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올해 주택 매매 가격에 대해서는 전문가 74%, 중개사·PB의 79%가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시장 급락에 대한 우려는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가격 상승에 대한 전망이 2023년 전망에 비해서는 다소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전문가는 지난 해보다 21%포인트, 공인중개사는 17%포인트, PB 13%포인트씩 늘었다.
주택 매매 가격 반등 시점은 언제쯤일지 묻는 질문에 전문가(50%)와 공인중개사(59%)의 절반 이상이 올해로 꼽았다. 2026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응답은 소수에 그쳐 늦어도 2025년까지는 주택 경기가 최저점을 지나 회복기에 진입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다수였다. 주택 매매 가격이 지난해 최저점을 형성해 올해부터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21%, 공인중개사는 20%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지역으로 대구와 전남을 꼽았다. 대구는 공급 과잉과 미분양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이슈가 되면서 2년 연속 침체가 우려되는 지역 1순위로 지목됐다. 인천과 세종은 2023년 조사에서 각각 주택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지역 2위와 3위로 조사됐으나 올해는 순위가 4·5위로 낮아졌다.
주택 시장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는 세 그룹 모두 금리 인하, 주택담보대출 지원, LTV·DSR 등 금융 규제 완화를 꼽았다. 세금을 낮추고 대출 여력을 늘려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KB경영연구소는 ‘국내외 경기 여건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지만 가계 부채 문제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금융 규제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수요자 지원을 위한 정책 금융 공급은 주택 수요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급격하게 위축된 주택 공급이 단기간에 증가하기는 쉽지 않지만 정부의 공급 시그널이 지속된다면 일정 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