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평택, 안성 등 경기 남부지역이 반도체 산업단지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에 힘입어 미분양을 털어내고 있다. 반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분양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대구 부산 등 지방에선 미분양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 지역별로 분양시장 양극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화성의 미분양 물량은 325가구로 조사됐다. 작년 1월(1352가구)과 비교하면 1년 새 76% 감소했다. 지난 해 10월 공급된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7차 센트럴파크’는 최근 100% 분양됐다. 이 단지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6대 1 수준이던 걸 감안하면 비교적 빠르게 계약자를 모집했다. 작년 4월 2025가구에 달한 평택의 미분양 물량도 9개월 연속 줄어 올해 1월엔 361가구까지 감소했다.
GTX 효과가 미분양 해소의 비결로 꼽힌다.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서울 수서까지 연결되는 GTX-A 노선이 이달 말 개통을 앞두고 있다. GTX-A와 B 노선의 평택 연장도 1월 확정됐다. 두 지역은 삼성전자 사업장 등을 바탕으로 인구와 일자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가 많은 게 공통점이다. 공급 중이거나 이달 분양이 예정된 ‘평택 브레인시티 중흥S-클래스’(총 1980가구), ‘평택 푸르지오 센터파인’(851가구),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 플레이스’(1209가구) 등도 관심을 끌고 있다.
안성도 눈에 띈다. 작년 5월만 해도 안성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주택이 1679가구나 됐다. 경기도 전체 미분양 물량(6958가구)의 24%를 차지할 정도. 안성은 작년 7~10월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관리지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8개월 연속 미분양이 감소해 올해 1월 459가구로 떨어졌다. 평택이 뜨면서 평택과 붙어 있는 안성 공도읍의 미분양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입지 경쟁력과 교통 호재를 갖췄더라도 가격이 비싸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현상도 나타난다. ‘반세권’(반도체+역세권)이라 불리는 용인의 미분양 물량은 작년 12월 601가구에서 올해 1월 1001가구로 늘었다. 인천 서구의 미분양 주택 수도 지난해 11월 518가구에서 올해 1월 1770가구로 늘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세 대비 비싼 일부 아파트에서 대거 미분양이 났기 때문이며 최근엔 가격이 분양 성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 사정은 더 심각하다. 부산의 미분양 물량은 작년 12월 2997가구에서 올해 1월 3372가구로 증가하며 2019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산에선 올해 들어 사상구 ‘보해 썬시티 리버파크’ 등 4개 단지가 분양됐는데 모두 미달 사태를 빚었다. 강원 강릉과 경북 구미 등 지역은 반년 새 미분양이 1000가구 넘게 늘었다.
대구도 올해 미분양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사는 그동안 대구 분양 일정을 최대한 미뤄 왔다. 이 같은 착시 효과 속에 대구 미분양 물량은 작년 2월 1만3987가구에서 올해 1월 1만124가구까지 11개월 연속 줄었다. 문제는 준공이 얼마 남지 않아 더 이상 분양을 미룰 수 없게 된 단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6월 입주가 예정된 서구 ‘반고개역 푸르지오’는 지난달 1·2순위 청약에서 239가구 모집에 단 19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달서구 ‘상인푸르지오 센터파크’, 수성구 ‘힐스테이트 황금역 1·2차’ 등 대구 6개 단지가 올해 후분양으로 공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