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세계건축기행

딸과 떠나는 국보 건축 기행

서영복 객원 기자 입력 2022.09.07 15:12 수정 2022.11.30 17:53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의 저자 이용재가 이번에는 국보 건축을 만나러 딸과 함께 떠났다. 우리나라 국보 건축물이 전부 몇 개일까? 스물한 개. 30년을 건축으로 밥을 먹은 저자도 몰랐던 사실이란다. 스스로를 책망하며 저자는 숭례문이 불탄 다음날 바로 딸과 함께 전국투어에 나섰다. 경상도를 시작으로 전국 8도를 도는 긴 여정. 이미 고등학교를 중퇴한 딸과 한 달을 돌았던 주행거리 1만 킬로미터의 긴 여정이었다.

 



국가 지정 국보 건축 21개소와 추가로 선별한 건축물 9개소 등 전체 30개소의 건축물을 소개한다. 이 가운데 궁궐 관련 건축물이 5개소, 사찰 관련 건축물이 14개소, 관청 관련 건축물이 4개소, 민가 관련 건축물이 6개소, 서원 건축물이 1개소이다. 국가에서 지정한 대부분의 건축물이 절 아니면 왕궁인지라 건축평론가인 저자의 눈으로 선별한 ‘내 마음의 국보 건축물’ 9개소를 임의로 추가했다. 그리고 이 건물들을 소개하면서 역사의 현장에서 선현들이 살아간 이야기를 짧고 간결하면서 위트가 넘치는 글쓰기로 전하고 있다.

▶▶▶ 국보 건축물을 답사하며 아빠가 딸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다

건축평론가 이용재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딸 화영이에게 인문학을 가르친다. 어설픈 과외 선생에게 딸아이 교육을 맡기느니 아빠인 자신이 팔을 걷어붙이고 선생 노릇을 하겠단다. ‘맹모삼천지교’를 무색하게 만드는 이 시대 대한민국 아빠의 대단한 교육열이다. 그런 아빠가 가르치는 인문학 수업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국보 건축물이 산재한 우리 땅이 아빠와 딸의 교실이다.
공부에 관심이 없는 딸 화영이에게 일찍이 인문학 공부를 시키겠다는 일념 하에 2002년 택시기사를 하면서 시작한 건축 여행이 벌써 7년째다. 매주 일요일, 매년 50회, 지금까지 300회 정도 답사를 다녀왔고 200여 군데를 책으로 발표했다. “건축 많이 배웠어요?” 라는 물음에는 말이 없던 화영이가 “아빠한테 뭘 배웠나요?”라는 질문에는 바로 “마음으로 느끼는 방법이요” 라고 답한다. 건축가는 건물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인격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믿는 이용재 씨의 교육 철학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건축을 건물로 파악하지 않고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저자의 의도는 『딸과 떠나는 국보 건축 기행』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건축물의 외형에서 보이는 건축적 지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건축물은 이야기 전개의 매개체일 뿐이다. 오히려 그것이 탄생하게 된 수많은 배경 이야기들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인다.
딸과 아빠의 건축 기행은 앞으로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대한민국은 평생을 해도 다 못 볼 정도로 풍부한 문화재를 보유한 인문학적인 나라니까….

▶▶▶ “2008년 2월 10일, 숭례문이 불타올랐다. … 좋다. 딸 짐 싸라. 국보 건축 만나러 가자. 우린 국민의 관심에 불을 질러야겠다.”

우리나라 국보 건축물이 전부 몇 개일까? 스물한 개. 30년을 건축으로 밥을 먹은 저자도 몰랐던 사실이란다. 스스로를 책망하며 저자는 숭례문이 불탄 다음날 바로 딸과 함께 전국투어에 나섰다. 경상도를 시작으로 전국 8도를 도는 긴 여정. 이미 고등학교를 중퇴한 딸과 한 달을 돌았던 주행거리 1만 킬로미터의 긴 여정이었다.
그런 다음 초고 작성 후 다시 전국 투어. 초고가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출판사에서 디자인 안을 받아 본 후에 사진이 맘에 들지 않아 다시 전국 투어. 『딸과 떠나는 국보 건축 기행』은 이런 지난한 노정의 결과물이다.
“인간은 건축을 만들고, 건축은 인간을 만든다.” 우리가 자녀들을 데리고 명품 건축을 보여주며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숭례문의 방화범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무관심은 가장 큰 죄악이다.

▶▶▶ 인간은 건축을 만들고, 건축은 인간을 만든다

『딸과 떠나는 국보 건축 기행』은 역사의 현장에서 선현들이 살아간 아픈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 줄 뿐이다. 건축과 역사는 배움의 분야가 아니다. 그냥 느끼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이 가르치고 싶은 것은 바로 인문학적 소양이다. 인문학적인 소양을 탄탄하게 갖춘 사람은 뭘 하고 먹고 살아도 잘 산다. 특히 고난이 왔을 때 잘 극복한다.
인문학적인 소양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조선시대의 건축가였던 선비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선비의 학문이 높을수록 건축물도 명품이 나왔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는 인문학적인 선비 정도전이 있어 가능했고, 도산서원은 이황, 병산서원은 류성룡, 독락당은 이언적, 남간정사는 송시열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건축물이다. 지금의 건축도 마찬가지이다. 건축가의 독서량에 따라 위대한 명품이 만들어진다.
아파트 거실 창으로 보이는 아파트를 보면서 자란 우리 아이들이 까칠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궁극적으로 인문학적인 건축이란 자연 속에 들어가 자연을 완성한다. 그렇게 태어난 건축물들은 그 안에 사는 사람의 품성을 편안하게 이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태어난다. 그것이 바로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풍광의 힘이다.

 



저작권자 ㈜한국집합건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