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 5人이 말하는 추석 이후 집값 전망
‘대세 하락 對 일시 조정’ 엇갈려… “가격 하락 공포, 내년 여름 최고조” 예상도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됐다.” vs “일시적 조정에 불과하다.”부동산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일부 급매물이 고점 대비 수억 원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대세 하락이 시작됐다는 경고음과 급매물 중심의 일시적 조정에 불과하다는 신중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부동산 혼란기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수요자의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추석을 맞아 ‘주간동아’가 부동산 전문가 5인에게 올해 1~8월 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와 향후 집값 전망을 물었다.
1~7월 전국 주택 매매량 지난해보다 46% 급감
올해 국내 부동산시장은 거래가 급감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1~7월 전국 주택 매매량은 34만9760건으로 지난해 같은 때(64만8260건)보다 46% 급감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매매 건수가 14만565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6.1% 줄어 지방(20만9265건, 36.2%↓)보다 감소폭이 컸다. 부동산시장에서 핵심 지표인 서울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0.11% 하락해 지난주(0.09%↓)보다 낙폭이 컸다. 2019년 3월 첫째 주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5월 30일 하락세로 전환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이로써 13주 연속 내렸다.이 같은 시장 지표를 놓고 전문가들 분석은 엇갈린다.
대세 하락이 시작됐다는 시각과 조정장에 불과해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교차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시장 현황에 대해 “대세 하락의 시작”이라면서 “최근 8년 가까이 서울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하락할 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사람이 달리기를 계속 할 수 없듯이 부동산시장도 조정 시기가 도래한 것인데, 최근 금리인상 기조가 직접적 트리거가 됐다”면서 “집값 상승의 마라톤이 끌날 때가 됐다는 두려움이 시장에 팽배해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 시장 상황을 “하락 초입이라고 할 수 있다”며 “금리 쇼크로 부동산시장이 크게 안 좋은 상황으로, 향후 하락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대세 하락이 시작됐다는 평가의 주된 근거는 역시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8월 26일(현지 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 홀에서 열린 글로벌 중앙은행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 “중앙은행이 미국 경제에 약간의 고통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금리인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잭슨 홀 회의’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한은) 총재도 귀국 후인 8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 “한은이 8월 기준금리 결정 시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당시 밝힌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에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은은 8월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사상 첫 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연 2.5%로 높아졌다. 7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연 4.16%로 2013년 1월(4.17%)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김인만 소장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멈춘 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거나 경기부양 신호 정도는 보여야 매수 대기자가 시장에 유입되면서 가격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분석했다.다만 매수 심리 위축에 따른 거래절벽은 인정하면서도 대세 하락장에 돌입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금리상승에 따라 부동산 수요자가 ‘영끌’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에 당분간 매수 심리는 위축될 전망”이라면서도 “현 시장 상황은 일종의 조정장이지 대세 하락장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