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 마련을 위해 집을 알아보던 30대 A씨는 고민 끝에 매수 대신 전셋집을 선택했다. 보금자리론 조건에 맞는 집을 사려 했지만 집값 하락이 계속되자 추가 폭락을 우려해 결국 매수 의사를 접은 것이다. 반면 아파트 1가구를 보유한 60대 B씨는 거주 지역 인근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가 선착순 계약을 진행하자 한 채 더 사들였다. 다주택자 세금 규제가 풀린 만큼 앞으로 임대를 놓거나, 증여까지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2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 지난달 ‘생애 첫 부동산(집합건물) 신청 매수인’은 총 1만7269건으로 집계됐다. 집합건물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연립·다세대주택) 등을 모두 포함하는 주택 개념이다.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사들인 인원은 지난해 상반기 부동산 거래절벽으로 3만 건 이하로 하락한 뒤, 지난해 8월 2만5004건까지 줄었다. 거래절벽 현상이 가장 심했던 지난해 10월에는 1만7087건까지 감소하다, 같은 해 12월 2만2839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달 또다시 2만 건 이하를 기록하는 등 생애 첫 주택 매수 인원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서울의 생애 첫 집 매수 인원은 지난해 8월 대비 반 토막 났다. 지난달 서울 내 생에 첫 집을 사들인 인원은 1293명으로 지난해 8월 2934명보다 55.9%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 기준 감소율이 30.9%임을 고려하면 서울이 더 많이 줄어든 것이다.
무주택자의 생애 첫 부동산 구매 건수는 줄었지만, 다주택자 비율은 되려 늘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집합건물 다(多)소유 지수’는 16.29(%)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16.20과 비교하면 0.09 증가한 수치다. 2주택자 지수는 이 기간 11.04에서 11.1로 0.56포인트 늘어 전체 다주택자 비율 증가 폭보다 더 컸다.
이 지수는 전체 집합건물 소유자 가운데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의 비율을 구하기 위해 작성됐다. 지수가 커질수록 다주택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듯 부동산 시장 하락기에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주택 매매 양극화가 이어지는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고금리 기조와 다주택자 규제 완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생애 첫 주택 매수 감소세는 2020~2021년 저금리 기간 폭발적으로 늘어난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매수)으로 비정상적으로 늘었던 첫 집 매수가 줄었고, 반면 다주택자 세제 완화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더 큰 다주택자의 주택 매입은 꾸준히 이어진 것이다.
“지난 2~3년간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40% 이상이 2030세대였지만, 최근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자 자본금이 부족한 젊은 층의 매매가 줄었다”며 “최근 시장 상황에선 현금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를 제외하곤 주택 매수가 어려워 다주택자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주택자의 증여 비율도 지난해 부쩍 늘었는데 집값 하락기에 증여가 더 늘었고, 1주택자 중 갈아타기 수요 역시 빨리 집을 처분하지 않아도 돼 통계 집계 때 일시적 2주택자가 더 늘어나는 등 이래저래 다주택자 비율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