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에너지 위기 대응, 그 결과는?
KOTRA 취리히 무역관은 2022년 9월 러-우 사태로 인한 물자 공급 차질과 이로 인한 유럽 에너지 위기 및 스위스 정부의 대책에 관한 기사를 작성했다. 그후, 스위스에서는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는 겨울을 앞두고 곧 닥쳐올 에너지 위기에 관한 언론 보도가 증가했고 전기 공급 중단이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휴대용 가스와 가스버너, 가정용 태양광 발전 패널의 판매량이 늘기도 했다. 2023년 2월 현재, 에너지 위기 관련 정부 대응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이번 후속 기사에서 정리해본다.
에너지 위기 예상 시나리오
스위스 주요 에너지원은 2021년 최종 소비량 기준 비중 순으로 석유 및 기타 연료(43.4%), 전기(26.3%), 가스(15.4%) 등이다. 유럽 내 에너지 공급 위기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스위스에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측된 분야는 러시아에 의존도가 높은 가스와 가스 가격 급상승 시 대체 에너지원으로 수요가 증가할 전기였다. 석유의 경우 다행히 절반 이상을 아프리카(나이지리아, 리비아, 알제리, 코트디부아르 등)에서 수입하는 상황이기에 유럽 내 공급망 문제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었다.
예상되는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써 스위스 연방 에너지부는 EU 가스 절약 계획에 동참하기로 하고 EU 조치에 상응하는 대책 마련을 위해 연방 경제부와 협력하는 한편 전력 부족 상황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음을 발표했다. 또한 공급량 확보를 위해 평소에는 시장 거래를 했던 비축 전기를 전력 공급 부족 시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로 인한 손실금을 보상할 계획도 발표했다.
따뜻한 겨울 덕에 넘긴 에너지 위기
2023년 1월 스위스의 전력분야 규제기관인 Elcom의 대표 Urs Meister는 공영방송국 SRF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겨울을 에너지 부족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이번 겨울 평균 온도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칸톤 유라 지역에서는 새해 전야 기온이 20도까지 올라 기온 측정을 시작한 이래 12월 31일 기준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그 결과 가스 사용량이 전년 동기 평균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고 유럽 내 가스 저장 시설의 비축량도 소진되지 않았다.
또한 스위스 정부가 프랑스로부터 현재까지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수입할 수 있었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언급했으며, 이번 겨울 높은 강수량으로 스위스 내 수력발전소 전력 생산량이 많아진 점도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었던 데에는 날씨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한 셈이지만 정부의 대응과 시민 사회의 협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연방 정부 캠페인 '에너지 부족, 낭비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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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말 스위스 연방정부는 안정적 에너지 조달 방안의 일환으로 '에너지 부족, 낭비하지 마세요' 캠페인을 개시했다. 이는 일반 가정과 산업 영역에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 에너지 절약 팁을 제공하는 정보 캠페인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경제, 시민 사회 및 공공 부문의 40여 개 파트너와 공동으로 준비했다.
난방 온도 낮추기, 온수 절약, 미사용 시 전자제품이나 조명 전원 끄기 등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일상에서 잊고 지내기 쉬운 팁들을 상기시키는 것이 캠페인의 목적이었다. 동시에 관련 홈페이지(www.nicht-verschwenden.ch)를 구축해 에너지 조달 상황에 대한 최신 자료를 공개하고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 질문을 접수받는 핫라인도 개설했다.
해당 캠페인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스위스 전력 시스템 운영기관 Swissgrid의 통계에 따르면 캠페인 착수 후에 한달이 지난 시점인 2022년 9월 가정과 기업의 전력 소모량은 과거 7년간의 동기 사용량에 비해 약 13% 낮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산업에 미친 영향
최악의 에너지 위기 사태를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은 급상승했다. 취리히 칸톤 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까지 석유와 가스 난방비는 지난해에 비해 가구당 약 1400프랑(약 190만 원, 2023.2.9. 기준) 올랐다. 스위스에서 전기 요금의 경우 차년도 가격이 한 해 전 미리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2022년 상승분은 2023년 고지서에 반영될 예정이며, 가격 상승 폭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산업계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스위스 컨설팅 기업 EY가 100여 개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2022년 하반기, 2023년 상반기 이윤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4분의 1가량은 높은 에너지 가격이 생산에 차질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응답 기업의 60%는 전기 및 가스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없는 구조라고 응답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은 상승분 자체뿐만 아니라 기업의 매출액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산업별로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위스 산업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분야로 제과제빵, 자동차 공급업체, 건축엔지니어링 업체, 복합재료 생산업체 등이 꼽혔다.
끝나지 않은 에너지 위기
이례적으로 높았던 겨울철 기온 덕분에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은 2023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의 전력분야 규제 기관인 Elcom 책임자 Werner Luginbühl은 2023년 1월 열린 스위스 전력 회의에서 2024년까지 또 한 번 급격한 전기 가격 상승이 있을 것이라 발표했다.
이는 스위스가 여름철에는 원자력 및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수출하는 반면 겨울에는 해외에서 조달받는 에너지에 의존하는 에너지 공급망 특성과 관련이 있다. 스위스는 유럽 내 전기 가격이 스위스 내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가스 가격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다소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Elcom의 책임자가 회의 말미 “이번 에너지 위기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당연한 상황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측면에서 긍적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라고 밝혔듯이 스위스 기업들은 이번 위기 상황을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략 구축을 위한 기회로 인지한 듯 보인다.
한 예로 스위스의 글로벌 제과제빵 기업인 Aryzta는 생산과정에서 천연가스 투입량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로 전환해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뿐만 아니라 EY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응한 기업 중 3분의 2가량은 이미 시행 중인 에너지 전환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 밝혔으며 현 상황으로 인해 해당 계획의 중요성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에너지 효율성 제고, 화석 연료를 지속가능한 대체 연료로 전면적으로 교체하는 방식 등이 제시됐다.
시사점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스위스 정부가 추진 중이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산업계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가속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히트펌프연합(Fachvereinigung Wärmepumpen Schweiz)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Andreas Genkinger씨는 취리히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에너지 위기로 인해 가정용 및 산업용 히트 펌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에너지에 한 관심 증가는 히트 펌프뿐 아니라 태양광 설비, 전기 자동차에 대한 수요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상갈렌대학교가 에너지스위스와 공동으로 2022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1061명 중 자가주택보유자의 38%는 추후 3년 내로 태양광 설비 설치에 투자하고 싶다고 답했으며 전체 응답자의 17%는 추후 3년 내로 전기자동차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는 친환경, 고효율 에너지 상품을 취급하는 국내 기업에 긍정적인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해당 분야 시장 동향 및 국가 정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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