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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직업과 일터

워킹맘 형틀목수의 꿈, 여성이 행복한 일터

이용규 객원 기자 입력 2023.03.14 14:59 수정 2023.03.14 14:59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장관이 조어(措語)하고 입에 올리면 다수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는 단어다. 이 모진 말들이 향하는 대상은 건설 현장 노동자, 그중에서도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들이다. 머리띠를 두르고 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서 집단행동을 벌이는 이들을 보고 사람들은 가끔 잊는다. 이들의 개별성을. 이들 각각이 누군가의 가족이고 이웃이고 친구이고, 또 시민이고 국민이라는 사실을. 건설 노동자 한 명 한 명이 현장에서 어떻게 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건설노조 조합원이 되었는지 한국 사회는 한 번이라도 귀 기울여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인스타그램 게시물마다 달려 있는 태그들이다. 김씨가 일할 때 늘 몸에 차고 다니거나 다루는 물건들이기도 하다. 그의 인스타 계정에는 공사장 사진이 가득하다. 눈 내리는 공사장, 아침 해 뜨는 공사장, 지하 4층 철근 코어 다 들어간 공사장, 블루폼(거푸집 자재) 짜는 공사장, 공구리 치는(콘크리트 타설하는) 공사장, 공구리 터진(거푸집이 터져 굳지 않은 콘크리트가 흘러나오는) 공사장…. 김씨의 인스타 계정 이름은 ‘k.w.c.w’, 한국 여성 건설 노동자(Korea Woman Construction Worker)의 약자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형틀목수다. 형틀목수는 콘크리트의 ‘모양’을 만드는 직업이다. 철근 뼈대를 둘러쌀 콘크리트를 붓기 위해서는 거푸집이 필요하다. 설계 도면대로 건축 구조물들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모양의 틀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일을 형틀목수가 한다. 유로폼, 스틸폼, 알폼 등 규격에 맞춰 제작된 기성 폼을 필요한 곳에 알맞게 이어 붙이기도 하고 합판과 앵글을 잘라 직접 폼을 만들어 설치하기도 한다. 보통은 비계(시스템) 발판, 가끔은 아시바(봉) 하나에 의지해 곡예사처럼 폼을 옮기고 연결하고 자르고 망치질한다. 그렇게 짜맞춘 틀(거푸집) 안에 콘크리트를 붓고 굳혀 다시 폼을 뜯어내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벽과 바닥 기둥과 천장과 계단이 완성된다.

공사장은 아주 익숙한 공간이다. 어머니와 함께 12년간 함바집(건설 현장 식당)을 운영했다. 큰딸 초등학교를 네 번이나 전학시키면서 울산, 평택, 광주 등 건설 현장을 따라다녔다. 밥 먹으러 오는 건설 노동자들의 옷만 봐도 무슨 공정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2018년 10월부터는 김씨도 그들 중 한 명이 되었다. “처음에는 여자들이 많이 한다는 방수, 조적(벽돌쌓기), 견출(표면처리) 같은 걸 할까 했죠. 그런데 마침 집 가까운 곳에 형틀목수 기능학교라는 게 있더라고요. 여자도 받냐고 물어보니 받는대요. 얼른 가서 등록하고 교육을 받았죠.”

기능 교육을 받고 처음 나간 발령지는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이었다. 첫날 작업복도 받지 못했다. “저거 가져와” “이거 갖다놔” 심부름만 시키고 못이라도 한번 박으려 나서면 “저기로 비켜”라며 제지당하기 일쑤였다. 새 현장에 처음 나갈 때마다 “여자가 왜 왔냐”라는 소리를 듣는다. 몇 개월 같이 일하다 보면 아무도 김씨에게 그런 소리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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