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2990세대)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은 14억원~18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11억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호가가 3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역전세, 특히 입주물량이 몰린 강남권에서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전세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주택금융연구원의 보고서 '2023년 상반기 주택시장 분석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서울 동남권 입주물량은 올해 1만2천 가구, 2024년 약 2만 가구 수준이다. 역전세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앞선 사례도 있다. 1만 가구 규모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입주를 시작했던 2019년 1분기 강남 등 동남권 전세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던 것. 전세가격이 1~2년 전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한 가운데, 물량까지 쏟아지면 역전세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컸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상 현상'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 공사비가 오르고 물가가 올랐다. 서울 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건설공사비 지수는 최근 3년 새 40% 가까이 올랐다. 더구나 주택착공 물량이 줄고 있어 적어도 2~3년 뒤에는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매가격이 오르면 전세가격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강남권 신축 아파트 전셋값 역시 지금이 가장 싸다는 공식이 적용되는 이유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을 중심으로 대규모 재건축이 추진된다는 점도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줬다. 서울시의 주도로 압구정 구축 아파트 단지들에 대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이주가 실행되면 전세 수요가 늘어난다. 이에 따라 강남 아파트 전세 수요가 늘면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부동산 관계자는 "강남권은 부동산 시장에서 최상위 입지라서 대기수요가 항상 존재한다"며 "특히 최근 강남 아파트들이 잇달아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매매가가 받쳐주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전셋값이 오르고 역전세 걱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