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악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경색 등으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의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사비 갈등을 우려해 건설사에서 수주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응봉신동아 리모델링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해 현장 설명회를 열었지만 건설사가 불참해 파행을 겪었다. 조합은 앞서 시공능력평가 상위 32개 업체에 현장 설명회 참여를 요청했으나 시공에 나서겠다고 응답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다. 작년 4월 호반건설과 쌍용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우선협상에 나섰지만 내부 사업투자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조합은 새 시공사를 찾고 있는데 3.3㎡당 710만원 수준의 공사비를 예상하지만 건설사에선 공사비가 너무 낮아 향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시공사 교체를 단행한 경기 성남시 매화마을2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최근 한화 건설부문을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지난 해 6월 공사비 갈등으로 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과의 우선협상이 결렬된 뒤 1년여 만이다. 조합은 주변 단지의 공사비가 3.3㎡당 700만원대에 형성된 만큼 비슷한 수준에서 공사비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시공사 교체 카드를 시도했다가 취소한 사례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3 재건축 조합은 최근 총회에 상정을 예고했던 시공사 선정 취소 안건을 철회했다. 조합은 3.3㎡당 898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한 시공사와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협상을 통해 가격을 재조정하기로 협의했다.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새 건설사를 찾기 어려울 거라는 조합의 걱정이 안건 철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조합이 먼저 건설사에 현실적인 공사비를 제안해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