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는 10월 15일부터 용도를 변경하지 않고 숙박시설로 등록하지 않은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에 이행강제금을 물린다. 오피스텔 용도 변경 유예기간이 끝남에 따라 용도를 변경하지 않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10만여 가구가 매년 수 천만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할 상황에 몰렸다. 생활숙박시설은 현재 전국 592개 단지, 10만3820가구. 이 중 오피스텔로 용도가 변경된 단지는 1.1% 수준인 1173가구에 불과하다.
취사시설을 갖춘 생활숙박시설(생숙)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 전매제한 등 규제가 없어 2010년대 후반부터 매년 1만 가구 이상 공급됐다. ‘편법 투자’라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2021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를 바꾸도록 2년간 계도기간을 뒀다. 이미 준공된 생숙을 오피스텔로 변경하려면 주차장 수를 늘리거나 복도 폭을 넓혀야 하는 등 다시 짓지 않고는 전환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행강제금은 생활숙박시설 가격에 따라 수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행강제금은 최초 시정명령이 내려진 날을 기준으로 건축물분 과세시가표준액의 10% 이내로 부과한다. 경기 남양주시의 생숙 전용 83㎡의 시가표준액은 1억7007만원으로 10%인 1700만원을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인천에 공사 중인 전용 83㎡ 생숙의 이행강제금은 2180만~2543만원으로 추정된다.
10만여 생숙 소유자가 이 같은 상황에 몰린 것은 그동안 생숙이 부처 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생숙이 주택과 달리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지적에 2021년 뒤늦게 규제에 나섰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따로 관리하면서 규제의 일관성이 없는 데다 정부가 지키기 어려운 잣대를 적용해 범법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또한 정부의 일관된 관리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부는 건축법에 따라 소방시설, 주차면적 등을 정하고 복지부는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숙박시설 운영을 관리한다. 이런 구조에서 지자체가 생숙에 사는 사람도 전입신고를 받아주면서 소유주들은 합법적인 주거라고 오해하게 됐다.
그러나 생숙은 건축법과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시설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소유주가 거주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부처나 지자체도 생숙을 따로 관리하지 않았다. 시행사와 분양업체는 계약서나 분양 모집공고에 ‘숙박시설’로 써놓고 실제로는 주거가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불법 주거’라는 지적이 나오자 국토부는 규제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미 분양된 생활숙박시설을 계속 집처럼 사용하고 싶다면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꿀 것을 권고하며 2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유예기간을 줬다고는 하지만 생숙 소유자와 거주자들은 지키기 어려운 규제라고 항변한다.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꾸려면 분양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서 주차장과 복도 폭 등의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건물을 새로 짓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토부는 생숙은 원래 숙박시설이고 주거시설로 이용하는 것은 애초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거시설로 인정해주면 인근 지역 주차난과 과밀학급 문제를 유발해 법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복도 폭과 소방 기준 등은 안전과 직접 관련돼 있어 규정을 완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숙박시설로 등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최소 30가구를 모아서 위탁업체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숙박시설로 등록해도 생숙에서 집처럼 거주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실제로 숙박시설로 운영되는지는 복지부가 관리하며, 실제 점검은 지자체에서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