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못지않게 ‘죽음의 질’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암이나 심장병 같은 만성질환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사망 전까지 1년 정도를 환자로 지냅니다. 또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환자도 인공호흡기, 혈액투석기 같은 의료기술로 상당 시간 수명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선택하듯이 이제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도 선택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질병과 죽음을 ‘삶의 적’으로만 규정하고 죽음을 부정한 채 더 오래 살려고 욕심부리면서 생명 연장에만 골몰하는 걸 보면 안쓰럽습니다. 그런 사람은 죽을 때까지 ‘치료’ 하는 일에 매달립니다. 노화로 인한 자연스런 질병과 죽음을 치료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죽음을 준비하고 삶을 완성할 기회가 없어집니다.
이런 경우 생명 연장이 불가능한 시점에도 치료는 계속됩니다. 치료 중단이 곧 생명의 포기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의료에 대한 집착은 죽음을 삶의 완성으로 승화시킬 기회를 박탈합니다. 심폐소생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매달려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과연 최선일까요.
현대 의료기술의 마지막은 비참하고 고통스런 시간만 연장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건 병원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관련 법규나 제도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이 수명을 단축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바로잡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연명의료 중단이 품위 있는 죽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심지어 웰다잉 전문가라는 사람도 연명의료 중단이 곧 품위 있는 죽음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연명의료 중단에 그치지 않고 품위 있는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고 준비할 정도까지 사회가 성숙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의미 있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가 반드시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해서 죽음을 통해 완성되는 삶의 기록을 남기기 바랍니다. 품위 있는 죽음, 인간다운 죽음은 우리 모두의 기본 권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