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공인중개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거래 절벽이 심화되면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공인중개업소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피해자를 양산한 전세 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인중개사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3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폐업한 공인중개업소는 전국 1135곳, 휴업한 곳은 133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업 건수(859건)를 훨씬 넘어선 수치다. 지난 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으로 폐업·휴업한 공인중개업소는 1만4209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8월 폐업·휴업 건수가 개업 건수를 역전한 후 1년 넘게 이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 등 수도권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289곳의 공인중개업소가 폐업했고 25곳이 휴업했다. 개업은 193곳. 2022년 8월 이후 16개월 연속 폐업·휴업 건수가 개업 건수를 앞질렀다. 같은 기간 경기도에서 폐업·휴업한 공인중개업소는 349곳이었다. 개업(259곳)과 차이가 100건 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공인중개업소 폐업이나 휴업이 줄을 잇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13건으로 올해 1월(1412건)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후 11월 아파트 거래량은 1792건을 기록했다. 전달과 비교해 22.5% 줄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거래 수수료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거래량 감소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직원 감축, 고정비 최소화 등으로 버티던 중개사들도 사무실 임대료가 밀려 폐업이나 휴업을 선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폐업을 결정한 일부 중개사들은 새로운 세입자를 찾지 못해 수천만원의 권리금을 포기하고 사업을 접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기간 부동산시장 활황으로 인기가 치솟았던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열풍도 크게 꺾인 모습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최근 합격자를 발표한 제34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는 28만7756명이 신청해 20만59명이 응시했다. 2022년과 비교해 신청자는 10만명 이상 감소했고, 응시자도 6만4000명 가량 줄었다.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