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29일 '신생아 특례대출' 실행을 앞두고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요건에 맞는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9억 원 이하 아파트를 구매할 때 최저 1.6%의 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빌릴 수 있어 내 집 마련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신혼부부들이 적극적으로 매물을 탐색하고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 장벽이 높은 만큼 재건축 이슈가 있는 1기 신도시를 비롯한 경기권까지 수요가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 달 서울에서 매매 시세가 9억 원 이하인 아파트 비중은 39.7%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중랑구가 83%로 가장 높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이 70~80%대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강남 3구는 3~8%에 불과하다. 용산구와 광진구도 9억 이하 아파트 비중이 각각 4%, 5%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신혼부부들의 수요가 높은 신축 아파트로 기준을 좁히면 비중은 더 줄어든다. 서울에서 준공 15년 이하이면서 1천 가구 이상 대단지에 시세가 9억 이하인 아파트 비중은 2%다. 은평구(27%)와 중랑구(17%), 금천구(14%)를 제외한 나머지 자치구는 모두 한 자릿수 대. 강남 3구와 마포구, 성동구 등은 해당 조건의 아파트가 한 가구도 없다.
서울의 재건축이 가능한 준공 30년 이상, 1천 가구 이상, 9억 이하 아파트 비중은 16%로 그나마 신축보다 높다. 노원구가 70%로 가장 많고 도봉구(65%), 강서구(31%) 순이다. 다만 이들 지역의 시장 분위기는 잠잠하다.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서울 내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마지막 선택지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마포구 상암동과 성북구 장위동 등에는 임장을 다니는 신혼부부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상암월드컵파크와 장위뉴타운 내 전용면적 80㎡대 호가는 8억 3000만~8억 9000만 원대에 형성돼있다. 재건축이 추진 중인 성산동 '성산시영'은 2021년 11억 원까지 올랐던 전용 50㎡가 지난달 8억 6500만 원에 팔렸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호가는 9억 원 이상"이라며 "집주인과 협의가 가능한 매물이 있는지 물어보는 문의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신생아 특례대출 이후 서울 신축보다 경기 구축 아파트의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튜브 김할결 대표는 "새 아파트는 가격 장벽이 높기 때문에 차선으로 재건축 호재가 있는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 윤수민 전문위원은 "서울은 매매보다는 신생아 특례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매수 희망자들은 재건축 호재가 있는 1기 신도시 중에서도 분당이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되는 일산을 선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신생아 특례대출 실행을 앞두고 실거주 의무 적용과 시세 기준 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해 운영한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실거주 의무가 없었고, KB국민은행 시세 정보를 우선적으로 적용했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오는 29일 대출 실행 이전에 관련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