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건영의 리모델링 공사비가 3.3㎡당 110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와 자재값, 금리 상승 등으로 리모델링 공사비가 급등한 탓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성 개선 대책으로 내놓은 리모델링이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여러 건설회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리모델링 수주전에 참여하는가 하면 시공사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수주가 유찰되는 등 단지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청담건영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 주 총회를 열어 시공사인 GS건설과 공사비를 3.3㎡당 687만원에서 1137만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인건비와 자재값 상승뿐 아니라 대형 평형 위주로 고급화를 추구한 게 공사비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서울에서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난항을 겪는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늘고 있다. 리모델링은 인허가 첫 단계인 조합설립인가 직후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건설사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안전성 검토와 건축심의, 사업계획승인에 속도를 낸다. 다르게 보면 시공사 선정에 실패할 경우 초기부터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영등포구 문래 현대2차아파트는 최근 두 번째 입찰 공고를 냈다. 지난 11일 현장 설명회에 포스코이앤씨만 참석해 자동 유찰됐다. 서초구 잠원강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다음달 25일 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좋은 대형 리모델링 단지는 대형 건설사가 컨소시엄으로 입찰하고 있다. 국내 최대 리모델링 단지로 꼽히는 동작구 ‘우·극’(우성2차·극동)은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근 현장 설명회에 참석했다. 조합은 컨소시엄 구성을 복수가 아니라 단독으로 보기로 했다.
시공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온다. 한화 건설부문은 최근 경기 성남시 매화마을2단지 리모델링 조합에 사업 참여 철회를 통보했다. 지난해 8월 수의계약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 8개월 만이다. 쌍용건설도 서울 성동구 옥수극동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철회를 검토 중이다. 송파구 풍납동 강변현대아파트도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선회하고 리모델링 조합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상한 용적률을 대폭 완화하거나 종 상향을 해주겠다고 밝히면서 수익성이 낮은 리모델링 사업 추진 동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단지의 내부적 갈등도 건설사가 입찰을 망설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