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주택 수요가 살아나는 듯 하지만 건설 경기는 악화일로다. 폐업을 신고하는 건설가 늘고 지난달 종합건설사 3곳이 부도처리됐다. 특히 지방은 주택 청약 미달, 미분양 등에 시달리면서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올해 1월부터 지난 11일까지 폐업 신고를 공고한 종합건설사는 전국 257곳으로 전년동기(212곳)보다 2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폐업 신고를 한 전문건설사는 1371곳으로 올해 전체 건설업계 폐업 신고 공고만 1628곳에 달한다. 이 중 일부는 합병으로 중복 업종 폐업이나 업종 전환에 따라 폐업했지만 대부분은 사업 부진·포기, 경영 위기에 따른 면허 반납, 회사 도산 등이 이유다.
지방 건설사 위기는 더 심각하다. 올 들어 현재까지 부도난 건설업체는 모두 14곳인데 이 중 서울·경기 각각 한 곳을 제외하면 모두 지방업체다. 5월에만 부산 익수종합건설·남흥건설, 전남 뉴월드종합건설 등 세 곳이 부도 처리됐다. 남흥건설과 익수종합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700억원 이상, 순위 300위권 내 기업으로 해당 지역에 미치는 충격은 컸다.
서울 등 일부 수도권은 집값이 오르면서 주택경기가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지방과는 차이가 심해지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 매매 시장에서도 지역 차별화가 두드러진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수도권과 비수도권 실거래가 등락 방향이 유사했지만 올해 4월 잠정치부터는 수도권은 0.18% 상승한 반면 지방은 0.29% 하락하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건설업 폐업 신고 증가 추이도 지방이 훨씬 가파르다. 지난해 전체 건설업 수도권 폐업 신고 건수는 3년 전 대비 30.7%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지방 폐업 신고 건수는 61.3%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건설경기가 나아지리란 보장도 없다. 건산연은 올해 국내 건설 수주가 전년 대비 10.4% 줄어든 170조2000억원,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1.3% 감소한 302조1000억원으로 예측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주택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지방은 먼 나라 얘기"라며 "미분양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청약 미달도 심각해 손들고 나가는 업체들이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김태준 연구위원도 "장기적으로 건설산업 생애주기가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로 진입하는 전조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쇠퇴기 진입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와 구매 능력 하락 등으로 내수 시장 충격이 크고 사회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