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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엔딩코디네이터

아름다운 마무리

신형범 기자 입력 2024.06.28 05:53 수정 2024.06.28 05:53

인간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언젠가는 죽는다. 죽는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봐도 단 한 명의 예외도 없다. 다만 죽음의 문턱에 들어설 때를 모르고 매일 바쁘게 살다 보니 모두가 이 사실을 잊고 지낼 뿐이다. 

 

고령화에 따른 질병, 각종 사건.사고, 고독사가 늘면서 죽음에 관한 논의와 더불어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준비 없이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이라는 슬로건도 등장했다.

 

웰다잉의 일환으로 '연명의료결정제도' 라는 게 있다. 2018년 존엄사법이 도입된 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한 사람은 2021년말에 116만 명이었으니 지금은 훨씬 늘었을 것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질병으로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을 때 단순히 연명을 위한 무의미한 의료 처방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밝혀 두는 제도다.

 
죽음을 준비하는 또 다른 사례로 ‘생전장례식’도 있다. 얼마 전 한 조사기관이 직장인 400명을 대상으로 생전장례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적 있다. 놀랍게도 응답자의 70%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응답자들은 ‘장례식이 꼭 슬플 필요는 없다’ ‘사람들과 미리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다’ ‘허례허식을 피해 남은 이들이 이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를 들었다.

 
이제 죽음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입에 올리는 것을 터부시한다. 질병으로 인한 고통이나 존재 자체가 영원히 소멸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가까운 사람들을 하나둘씩 잃으면서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은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죽음으로 이어진다. 삶과 죽음은 피하려 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살아가는 매 순간이 동시에 죽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인생이 유한함을 깨달을 때 우리는 실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죽음이 두렵다고 터부시하고 피할 것인가, 아니면 오늘을 보다 충만하게 살려고 노력할 것인가.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라는 말이 새삼 와 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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