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진 한 장]이라는 책이 있다. 독일 사진작가 발터 셸즈와 저널리스트 베아테 라코타가 함께 작업한 이 책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24명의 얼굴 사진이 실려 있다. 죽기 며칠 전의 얼굴과 막 세상을 떠난 직후의 얼굴을 찍은 47장의 사진은 삶과 죽음이 얼마나 가까운지, 또한 얼마나 아득한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갖고 오는 물건을 보면 죽음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어요. 죽음을 받아들이는지, 그렇지 않은지.”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면서 어떤 이는 가방을 최대한 단출하게 꾸려서 오고 어떤 사람은 안락의자에 책장까지 장만한다. 그 만큼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다르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은 똑같다.
‘6주가 지났는데도 아직 안 죽었다’며 어서 죽기를 바라는 뮐러도, ‘죽기엔 너무 젊다’며 죽음을 두려워하던 68세의 슈트레히도 모두 끝내는 눈을 감는다. 눈을 감은 그들의 얼굴은 평온하다.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슬픈 책이 될 뻔했던 이 책이 제법 아름다운 책이 된다.
돈과 명예와 권력, 가족애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을 모르고 살던 사람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은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더 갖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을 본다. 어떤 땐 그들이 가진 것과 그들의 성공에 배가 아프고 좀 덜 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그들의 탐욕스런 모습은 마음 속에 지워지고 없다. 남은 시간을 잘 쓴다면 처음 세상에 올 때의 그 텅 빈 마음 그대로 마지막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을 가장 찬란한 처음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멋진 인생이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