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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엔딩코디네이터

마지막 사진 한 장

신형범 기자 입력 2024.07.30 09:51 수정 2024.07.30 09:51

[마지막 사진 한 장]이라는 책이 있다. 독일 사진작가 발터 셸즈와 저널리스트 베아테 라코타가 함께 작업한 이 책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24명의 얼굴 사진이 실려 있다. 죽기 며칠 전의 얼굴과 막 세상을 떠난 직후의 얼굴을 찍은 47장의 사진은 삶과 죽음이 얼마나 가까운지, 또한 얼마나 아득한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셸즈와 라코타가 호스피스 병동을 찾은 첫날 가방 하나를 마주친다. 파자마와 양말, 면도기 따위가 들어 있는 여행가방인데 그날 아침 이곳에서 숨을 거둔 사람이 며칠 전 들고 왔던 가방이다. 가방을 챙긴 간호사가 말한다. 

“갖고 오는 물건을 보면 죽음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어요. 죽음을 받아들이는지, 그렇지 않은지.”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면서 어떤 이는 가방을 최대한 단출하게 꾸려서 오고 어떤 사람은 안락의자에 책장까지 장만한다. 그 만큼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다르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은 똑같다.

‘6주가 지났는데도 아직 안 죽었다’며 어서 죽기를 바라는 뮐러도, ‘죽기엔 너무 젊다’며 죽음을 두려워하던 68세의 슈트레히도 모두 끝내는 눈을 감는다. 눈을 감은 그들의 얼굴은 평온하다.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슬픈 책이 될 뻔했던 이 책이 제법 아름다운 책이 된다.

돈과 명예와 권력, 가족애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을 모르고 살던 사람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은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더 갖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을 본다. 어떤 땐 그들이 가진 것과 그들의 성공에 배가 아프고 좀 덜 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그들의 탐욕스런 모습은 마음 속에 지워지고 없다. 남은 시간을 잘 쓴다면 처음 세상에 올 때의 그 텅 빈 마음 그대로 마지막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을 가장 찬란한 처음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멋진 인생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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