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에서 찍었는데 사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과 현대 유럽의 지성 미셸 투르니에의 글을 엮은 에세이집 [뒷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사진은 인간이 발명한 또다른 형식의 언어다. 간혹 사진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들려줄 때가 있다. 부바의 사진들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여기에 투르니에는 냉철하지만 따뜻하게 열린 귀로 사진에 담겨 있는 사소한 이야기와 소근거리는 작은 소리까지 놓치지 않는다.
책은 그림 그리는 여자, 쟁기를 지고 가는 농부, 엎드려 기도하는 신자, 옷을 챙기는 모델, 곰인형을 업은 소녀, 아이를 등에 업은 인디언, 공원에서 쉬고 있는 일꾼, 키스하는 남녀, 어깨동무하고 걸어가는 두 친구 등 쉰네 장의 사진과 깊이 있는 시선으로 본 투르니에의 문장으로 이뤄져 있다.
‘뒤쪽이 진실이다’ 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 모습을 꾸며 표정을 짓고 양손을 움직여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 모든 것이 정면에 나타나 있다. 너그럽고 솔직하고 용기 있는 한 사람이 내게로 오는 것을 보고 난 뒤에 그가 돌아서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겉모습에 불과했음을 얼마나 여러 번 깨달았던가.’
뒷모습은 거짓말을 못한다. 손톱 깎으실 때 유난히 왜소해 보이는 아버지의 등, 순대국밥 한 그릇씩 먹고 헤어지는 한 때 당당했던 선배의 뒷걸음, 애써 웃음짓지만 어깨가 늘어진 친구의 뒷모습은 얼굴표정보다, 백 마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내 뒷모습은 내가 볼 수 없기 때문에 더 신비롭고 애잔한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내게 뒷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거다. 같은 쪽, 같은 대상, 같은 이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마음이 통하는 기쁨을 맛본다.
내가 누군가의 뒷모습을 지켜본 것처럼 누군가도 나의 뒷모습을 보고 있을 것이다. 예쁘고 당당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