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종로·중구 등 서울 중심가 오피스 공실률이 한 분기 만에 3%포인트 이상 증가해 10% 가까이 올랐다. 이는 실물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인데도 오피스 임대료는 오히려 상승해 대기업마저 임대료가 싼 지역으로 옮기기 시작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 투자 자문회사 알투코리아(R2Kore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대형(연면적 3만3000㎡ 이상) 오피스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4.9%로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공실률 증가가 특히 두드러진 지역은 광화문·종로·중구 등 도심권역(CBD·Central Business District)으로 나타났다.
2024년 3분기 6.8%였던 CBD의 공실률은 4분기 9.9%로 치솟았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무실 임대료가 치솟자 비용 절감을 위해 사옥을 옮기는 기업이 늘고 있다.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CBD 대형 오피스의 월평균 임대료는 2020년 4분기 평(3.3㎡)당 10만3700원에서 2024년 4분기 11만1000원으로 7.0% 올랐다. 대형 오피스 최소 기준인 연면적 3만3000㎡를 사용할 경우 월 임대료가 11억 원을 넘는다.
코로나19가 끝난 후 기업들이 앞다퉈 재택근무를 해제하면서 사무실 수요는 늘어났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도심권 신규 오피스 공급은 부진했던 수급 불균형이 임대료 상승을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대문 안에서 외곽 지역으로 사옥 이전을 결정한 회사 대표는 “임대료를 30%나 올려달라고 해 재계약보다는 임대료가 싼 지역으로 옮기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알투코리아가 집계한 주요 업무지구에서 이전 또는 이전 예정인 대기업은 15군데에 이른다. 11번가는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경기 광명 유플래닛타워로 본사를 이전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7년 하반기 종로구 수송스퀘어에서 영등포구 양평동 4가 오피스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은 중구 시그니처 빌딩에서 강동구 이스트센트럴타워로 지난해 옮겼고, SSG닷컴도 올 2월 역삼 센터필드에서 KB영등포타워로 이사를 마쳤다. 직원들은 “출퇴근을 고려해 집을 마련했는데 갑자기 사옥을 이전하니 당황스럽다”며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들의 이전과 주요 지역의 오피스 공급이 확대되면 중·장기적으로 공실률은 늘고 임대료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기업 CBRE코리아는 향후 7년 동안 서울의 대형 오피스 물량은 기존보다 45%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