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부 바뀐 증거 찾을 수 없어, 이를 전제로 한 해임결의 무효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2민사부
동대표 선거인명부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인명부를 바꿔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유로 해임된 동대표의 해임결의에 실체적 하자가 존재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장한홍 판사)는 최근 경기 고양시 모 아파트 동대표 A씨가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A씨에 대한 해임결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10월 1일부터 이 아파트 B동 동대표로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B동 입주민 10분의 1이상은 2021년 5월 13일 A씨에 대한 해임요청서를 제출했고,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5월 말 A씨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고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한 후 6월 3일부터 7일간 A씨에 대한 해임요청서, 소명자료, 해임투표 공지를 함께 게시했다. 이후 2021년 6월 4, 5일 이틀간 진행된 해임투표에는 B동 총인원 80명 중 62명이 투표해 A씨의 해임찬성 53표, 해임반대 9표로 A씨에 대한 동대표 해임이 가결됐다.
A씨의 해임 사유는 동대표 선거 당시 A씨와 A씨의 부인이 투표한 선거인명부가 바뀌어 투표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A씨의 부인이 투표한 동대표 인명부(28명)는 회장인명부로, A씨가 투표한 인명부(60명)는 동대표인명부로 바뀌면서, A씨의 동대표 당선이 무효였으나 인명부 바뀜으로 동대표 당선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 동대표 당선 조건은 해당 동 입주민 50%이상 투표, 과반수 찬성 시 당선이 가능하고 입대의 회장은 입주민 10% 이상 투표로 가능하다.
이후 A씨는 “자신의 해임결의에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있다”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7일간 입주민들에게 공개한 해임 사유와 투표소 현장에 붙인 해임 사유가 달라 입주자들에게 정확한 해임사유가 알려지지 않은 점 ▲선관위는 해임사유에 대한 객관적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않는 등 공정한 선거 관리 의무를 위반한 점 ▲선관위가 자신에게 불리한 배너와 현수막을 게시해 공정한 투표를 방해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입대의는 자신에 대한 동대표 선거 시 동대표 선거인명부와 회장 선거인명부를 바꿔 선거 관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유를 해임 사유로 들고 있으나 이같이 선거인명부가 바뀐 사실이 없으므로 본인에게는 아파트 관리규약이 정하고 있는 해임 사유가 없고, 따라서 해임결의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절차적 하자 없다”
우선 재판부는 “아파트 선관위가 7일간 입주민들에게 공개한 해임 사유와 투표소 현장에 붙인 해임 사유는 세부적인 표현의 차이가 있는 것 이외에는 동일한 것으로 해임투표에 영향을 줄 정도라고 보기 어렵고, 선관위가 게시한 현수막과 배너는 객관적 사실을 공지한 것에 불과해 공정한 투표를 방해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봤다.
또한 “선관위는 해임요청서에 해임 사유가 기재돼 있는지와 요건을 충족한 서명동의서가 제출됐는지 여부를 심사하면 족할 뿐, 해임결의 당사자가 제출한 소명자료를 공개하는 것 이외에 해임요청서의 증거자료를 공고할 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해임 사유의 객관적 증거자료를 첨부해 공고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해임결의에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실체적 하자 존재해”
재판부는 “B동 동대표 선거와 관련해 입주자들로부터 해당 선거인명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등의 문제 제기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이 같은 사실만으로는 A씨가 선거인명부를 바꿈으로써 동대표로 선출됐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이 아파트 동대표 선거 및 회장 선거가 이뤄진 후 확정공고가 나기까지의 시기가 달라, 동대표 선거 당시에는 회장 선거인 명부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 이 아파트 동대표 선거와 회장 선거 사이에 입주자의 변경이 있었다는 점 ▲각 선거인명부에는 투표용지를 수령한 사람이 입주자와의 관계 및 생년월일을 기재하고 직접 서명한 점 ▲A씨에 대한 해임요청서를 제출했던 사람은 동대표 선거에서 남성 2명, 여성 1명이 입후보해 그중 남성 1명에게 투표했는데 나중에 보니 여성 후보 단독 입후보로 돼 있어 선거에 의혹을 갖게 됐고, 확인결과 남성 2명은 감사후보였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점 ▲감사선출은 동대표 선거가 아닌 입대의 임원선거에서 회장과 함께 선출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진술이 정확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2020년 9월 13일에 작성된 선관위 회의록에는 B동 동대표 선거의 경우 80명의 선거인 중 60명이 투표했으며 찬성 55표, 반대 5표로 A씨를 당선자로 확정하기로 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데 선거인 명부가 바뀌었다면 이 같은 내용의 회의록이 작성될 수 없는 점 등을 들었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서 정한 동대표 해임사유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해 이뤄진 A씨에 대한 해임결의는 실체적인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의 동대표 임기는 2020년 10월부터 2년이므로 아직 임기가 남아 있는 점, 공동주택관리법 및 같은 법 시행령과 이 아파트 선관위의 규정 등에 따라 A씨에 대한 해임결의가 유지된다면 A씨는 차기 동대표로 출마할 수 없는 점, A씨는 이번 해임결의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청구는 이유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