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오피스 공실률이 2년 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오피스 부동산이 침체를 겪는 반면 공유오피스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 공유오피스 양대 업체인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는 지난해 나란히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패스트파이브의 경우 지난해 매출 1300억원, 순이익은 28억원을 기록해 2015년 창립 이래 9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공유오피스의 '뜻밖의 호황’은 1인 창업 기업 증가와 몸집을 줄인 스타트업 유입 등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경기 침체로 인해 소형 빌딩 2년 단위 임대차계약으로 향했던 수요들을 흡수한 것도 원인이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침체된 경기가 지속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소규모 기업에게는 2년 단위 계약이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인테리어 비용부터 오피스 관리를 위한 총무팀 고용에 정수기, 복합기 계약 기간 등도 부담스러워한다”고 설명했다.
창업 초기 공유오피스를 쓰다가 투자 유치 후 독립했다가 다시 규모를 줄여 들어오는 ‘연어형 세입자’들의 귀환도 주요 요인이다. 보통 공유오피스 업체는 고용인원 30인 미만 기업이 주 타깃이다. 투자 유치가 어려워져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이 늘면서 30인 미만 기업들이 증가한 것이다. 한 AI 스타트업도 지난해 구조조정에 따라 인력을 30명 미만으로 줄인 뒤 공유오피스로 다시 옮겼다. 한 창업자는 “30인 이상의 경우 인사·노무 담당자를 비롯해 채용 담당자를 둬야 하고 별도 사무실을 쓰면 총무팀을 비롯해 관리 인력이 필요한데 지원 인력을 줄이는 만큼 부담도 크게 준다”고 공유오피스로 돌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공실률 1% 미만을 기록한 스파크플러스의 경우 기업의 사이즈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한 것이 효과가 컸다. 스파크플러스 관계자는 “기업들의 인력 조정에 맞춰 공간을 쪼개 2인, 4인~5인 사무실 등으로 대응했다”며 “10인 이하 기업이 전체 입주사 중 7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공요오피스 업체들은 이 기회를 포착해 공격적으로 출점에 나섰다. 지난해 말 패스트파이브는 51개 지점을 운영했는데 올해 3월까지 추가로 5개를 열었고 하반기에 5곳을 더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파크플러스도 37개인 공유오피스를 추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으로 1인 창업이 늘어나는 것도 기회다. 스파크플러스 측은 “올해 1분기에 1인석 좌석을 전 분기 대비 57% 늘렸다”며 1인 데스크 또는 라운지만 이용하는 1인 창업가와 프리랜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하루에 만원 수준의 이용권을 내세운 마이워크스페이스 강남역 지점도 라운지가 만석인 경우가 자주 벌어진다. 마이워크스페이스 양희영 부대표는 “1~2인실 형태의 소호사무실이 현재는 10% 수준인데 이를 20%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