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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엔딩코디네이터

늙음도 죽음 앞에선

신형범 기자 입력 2026.04.29 09:36 수정 2026.04.29 09:38

얼마 전, 가까운 친척의 황망한 죽음을 접했다. 등산을 즐기는 부부는 주말을 맞아 평소처럼 관악산에 올랐다. 어느 정도 올라가서 둘이 앉아 잠시 쉬는 동안 남편은 갑자기 심정지가 왔고 구조대가 출동해 조치를 취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평소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었고 그의 나이는 겨우 예순둘이었다.

 
아들 둘을 뒀는데 작년에 큰 아이를 결혼시켜 예쁜 며느리까지 본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흔한 말로 ‘법 없이도 살' 착하고 성실하며 건강한 시민이었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받는 정의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나로서는 인생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하나의 '사건'이었다.

 
뜬금없이 얼마 전 인상적으로 본 기사 하나가 생각났다. 요약하면 이렇다. 인간의 시간은 흐르는 강물처럼 뒷물이 앞선 물을 밀어내듯 유유히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거다. 노화도 서서히 진행되다가 어느 지점을 지나면서 갑자기 확 늙어버리는 순간이 있다는 거다.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인간의 노화가 빨라지는 특정 나이대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평균 나이로 보면 44세와 60세가 ‘예전 같지 않은 몸’이 눈에 띄게 진행되는 바로 그때라는 거다. 이 시기에 노화가 특히 빠른 건 몸 속 단백질 변화 같은 생물학적 원인 못지 않게 사회적 요인이 영향을 크게 미친다.

 

직장을 다니든 자영업을 하든 가장 열정적으로 일하는 시기가 대개 40대 중반이다. 조직에서 중간관리자로서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도 이 때고 자녀 교육, 부모 건강 등 신경 쓸 일도 많다. 지나친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도 해롭지만 당뇨, 고혈압을 유발하는 체내 물질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거기에 술 담배 기름진 식사와 운동 부족 같은 안 좋은 습관까지 있다면 최악이다.

 
반면 60세 때 급속하게 노화하는 원인은 40대와는 좀 다른 측면이 있다. 은퇴나 정년퇴직 등으로 몸의 긴장이 갑자기 느슨해지는 게 문제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있을 땐 잠을 잘 자다가 출근을 안 하게 되면서 수면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은퇴자들이 적지 않다.

 
사람 만날 일이 적어지면서 거울을 덜 보게 되고 자연히 외모 관리에도 소홀해진다. 퇴직한 지인을 오랜만에 봤는데 1, 2년 사이에 부쩍 늙은 것 같다는 반응을 접하는 것도 그래서 일 것이다. 60대부터 심혈관 질환이 급증하는 것은 일상이 불규칙하고 활력이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신체 저항력이 낮아진 탓도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화를 걱정하면서 가능한 천천히 늙어가도록 식단과 운동, 스트레스 등을 관리하느라 발버둥쳐 보지만 누구도 막지 못하는 황망한 죽음 앞에선 다 사치이고 허망한 일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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