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과 흔히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활숙박시설(생숙) 등 비(非)아파트의 입주 대란이 현실이 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분양자들은 잔금을 치르지 못해 신용불량 위기에 놓이고 분양대금을 받지 못한 시행사와 건설사, 금융권의 리스크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 2021∼2022년 분양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비아파트의 입주일이 임박하면서 비아파트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486가구 A 오피스텔은 지난 26일이 입주기한이지만 잔금을 치르고 입주한 비율이 절반 정도다. 지난 주 금융기관은 중도금 대출 만기 기한을 입주일(2월 26일)에서 3개월 정도 연장해 5월 6일로 변경한다고 통보했다. 분양가의 60%인 중도금 대출은 입주 때 잔금을 치르면서 상환해야 하지만 많은 수분양자가 상환기일을 경과하자 시행사와 금융사가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셈이다. 한 수분양자는 “수분양자들이 집단으로 파산하면 잔금을 받을 길이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2021년 분양한 영등포구 신길동 AK푸르지오 오피스텔도 오는 7월 입주를 앞두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당시 최고 경쟁률 1312 대 1에 달할 정도로 열광적이었지만 현재는 분양권보다 1억5000만 원 가까이 싼 분양권 급매가 여러 채 나와 있다.
생숙은 더 심각하다. 생숙은 내년부터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시가 표준액의 10%를 매년 이행강제금으로 물어야 한다. 오는 8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수분양자들은 “주택 용도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잔금을 치를 수 없다”며 정부와 시행사측에 대안을 촉구 중이다. 4월 입주를 앞둔 인천 중구 신흥동 힐스테이트 하버하우스 스테이(1267실)와 6월 입주하는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 에디션(608실) 등 생숙들도 마찬가지다. 올해와 내년 입주가 예정된 생숙은 1만3000여 실에 달한다.
문제는 부동산 불황 장기화와 오피스텔의 주택 수 산정, 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등 규제로 비아파트 시장의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업장별로 수천억 원, 크게는 조 단위 분양대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부실 PF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행사와 중소 시공사들에서 PF 폭탄이 터질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2월 발생한 분양 및 임대보증사고 금액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24%가 늘어 2134억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