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이 외롭다고 답했다고 한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거나 세상에 혼자 남겨진 느낌이라고 했다.
현업에서 물러난 은퇴자나 노년층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진학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청소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외롭긴 마찬가지다. 군중 속에서 역설적으로 더 외롭고 지인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외로움을 스스로 해결한다. 혼자 TV 보고, 혼자 음악을 듣고, 노래방도 영화관도 혼자 간다. 누군가를 만나 밥 먹고 얘기도 하고 싶지만 경제적 형편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 고립돼 외로움이 심해지면 건강에도 문제가 생긴다. 외로움의 해악은 하루에 담배 15개비 피우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해롭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 외로움의 끝은 ‘고독사’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혼자 외롭게 맞이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발견된다. 슬퍼하는 사람 하나 없는 쓸쓸한 죽음이다. 이제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질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2018년 영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외로움을 담당하는 ‘외로움부’라는 정부부처를 신설했다. 전체 인구(6600만명)의 14%인 900만명이 고독감을 느낀다는 연구 보고가 계기가 됐다. 공공의료가 무료인 영국은 아파서가 아니라 외로워서 병원을 찾는 사람이 20%나 된다고 한다. 이런 환자 중에서 의료적 치료가 아니라 ‘사회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약 대신 지역활동에 참여하도록 도와준다.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가 일찌감치 사회문제가 된 일본은 영국을 벤치마킹해 2021년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신설했다. 미국 정부도 최근 외로움과 고립감이라는 유행병 보고서를 통해 외로움을 비만이나 약물중독 같은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