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라고 한다. 지금 10대들은 120살까지 살 것이라고도 한다. 인간의 수명과 관련해 최근 미국에선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소득 상위 1%의 부자가 하위 1%의 가난한 사람보다 15년 정도 오래 산다는 내용이다. 연구결과를 전적으로 믿을 순 없지만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전체적인 수명이 늘고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면 오래 사는 게 꼭 좋기만 할까. 수명이 늘어났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적절한 통증완화 치료를 받지 못한다. 돈이 없으니 ‘덜 아프게’ 수명을 연장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딱 맞는 경우다.
부자도 오래 사는 게 더 괴로운 경우가 있다. 난치병에 걸리면 연명치료를 통해 당장 죽지는 않지만 고통 속에서 살게 된다. 돈 많고 출세한 사람이 우울증에 더 잘 걸린다는 통계도 있다. 자신이 정한 기준이 높은 탓에 작은 결핍에도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어쨌든 의학기술은 점점 발달하고 수명이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오래 살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수명을 연장하는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관련해서 연명치료, 완화의료, 호스피스, 존엄사 등 임종 과정에 대한 논의도 깊고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연의 기본원리는 순환이다. 인간도 언젠가는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야 할 존재다. 그러나 그 기간을 강제로 연장하면 자연스러운 순환 질서를 파괴할 수도 있다. 더욱이 지금은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구온난화가 심화되고 폭염 태풍 등 이상기후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결국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심 때문에 자연의 순환질서가 깨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자연의 순환을 파괴하는 500년을 사는 것과 주어진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한정된 100년을 의미 있게 사는 것 중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노인 사진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