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OO존’이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한 건 10년쯤 전 ‘노키즈존(No Kids Zone)’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식당과 카페에서 일어난 어린이 안전사고를 책임질 수 없다는 업주의 입장과 똥기저귀를 두고 가는 개념 없는 부모들에 대한 논란이 한창일 때였다. ‘노키즈존’을 시작으로 연령, 계층, 직업, 성별로 편을 갈라 ‘노OO존’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2021년엔 몰상식한 교수들의 행태를 수 차례 겪은 부산의 한 대학가 주점에선 ‘노프로페서존’을 선언해 화제가 됐다. 이 주점은 더 이상 교수들을 손님으로 받지 않겠다고 하자 학교측과 교수들은 반발했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호응하며 반겼다는 후문이다.
얼마 전에는 인천의 한 헬스클럽에서 ‘아줌마 출입금지’를 내걸면서 온라인이 시끄러웠다. 일명 ‘노줌마존’이다. 일부 ‘아줌마’들에게서 볼 수 있는 무례와 염치없음 그리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 행태를 지적하면서 ‘교양 있는 우아한 여성’만 이용이 가능하다고 안내문을 붙였다.
최근에는 급기야 ‘노실버존’ ‘노시니어존’까지 등장했다. 노인 회원을 받지 않겠다는 헬스클럽이 늘고 있다는 거다. 한 헬스클럽은 75세부터 출입을 막았고 정 하겠다면 보호자인 자녀의 동의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지어 ‘65세 이상 이용 금지’를 내건 클럽도 등장했다. 노인은 운동하다 부상 입을 위험이 크다는 게 내세운 명분이지만 진짜 이유는 노인 회원이 많으면 젊은 회원들이 떨어져나가기 때문이다.
7년 전 노키즈존을 차별이라고 규정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에도 고령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스포츠시설 이용을 막는 건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명백한 ‘차별’이라는 해석이다. 사실 노키즈존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자녀를 통제나 훈육하지 않는 개념 없는 부모의 문제이고 노아줌마, 노실버존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일부 진상 고객이 문제다. 일부 문제를 일반화하면서 특정 집단을 싸잡아 배제하는 건 배려와 존중보다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아, 참! 그리고 내가 다니는 헬스클럽에서 보면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도, 어질러진 기구를 정리하는 회원도, 보지 않는 TV 모니터를 끄는 사람들은 모두 시니어들이다. 젊은 친구가 그런 행동을 하는 걸 한번도 못 봤다. 젊은 친구들아, 니들도 금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