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는 걸 병적으로(?)로 싫어하는 나는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은 거의 참는 편이다. 아내는 그런 나를 미련하다고 늘 구박하지만 나는 자연치유의 힘을 믿는 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 여기저기서 이상신호를 보내고 3~4일이면 낫던 회복기간이 점점 길어지는 걸 보면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사실 ‘외래진료’라는 말뜻을 제대로 안 것도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입원진료’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외부(병원 입장에서 볼 때)에서 병원으로 치료받으러 다니는 걸 뜻한다. 그러니까 ‘외래환자’는 병원 밖에서 오는 환자라는 의미로 순전히 병원 관점에서 만들어진 표현이다. 줄여서 ‘외래’라고도 하는데 흔히 대형병원에서 몇 시간씩 기다렸다 3분 진료받고 불만을 품고 나오는 바로 그 환자들이다. 어쩌겠나, 병원이 갑이고 환자가 을인 걸…
현직 의사(분당서울대병원 오흥권 교수)가 에세이 《타임아웃》에서 알려주는 외래진료 잘 받는 방법을 소개한다.
둘째, 자신의 증상과 상태를 간결하게 한 번만 얘기한다. ‘인터넷에서 보니까’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같은 말은 백해무익이다. 의사는 전문가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 사이에 돌아다니는 ‘의학 풍문’에 거부감이 큰 사람들이다. 현재의 증상(문제)과 시작을 간결하게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얘기는 진료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특히 현안 문제와 관련 없는 살아온 얘기 같은 건 피하는 게 좋다. 시간에 쫓기는 의사들은 제한된 시간에 유효한 정보를 전달받아야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치료를 할 수 있다.
셋째, 이전 병원에 대한 불평은 안 하는 게 좋다.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표현하면 잠시 후련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여러 병원을 거쳐 온 환자를 ‘의료쇼핑’ ‘닥터쇼핑’ 하는 환자로 판단하고 좋지 않은 인상을 갖기 쉽다. 환자에 대해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다. ‘유명한 의사도 못 고치는 병을 내가 무슨 수로’ ‘결과가 나쁘면 다른 데 가서 또 나를 욕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니 앞에 있는 의사를 믿고 좋든 싫든 신뢰를 보여주는 게 본인을 위해 좋다.
마지막으로 보청기를 사용하는 환자는 반드시 챙기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보청기를 안 쓰면 소리를 크게 질러야 하고 큰 소리를 내면 아무래도 품위 있는 대화가 불가능할 수 있다. 이런 꿀팁들을 알아도 사용할 기회가 안 생기는 게 제일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