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유난히 조문할 일이 많았다. 겨우내 긴장했던 기운이 풀리면서 사람의 생명도 함께 긴장을 놓기 때문에 봄에 제사가 많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시곤 했는데 근거가 없는 얘긴 아닌 것 같다. 예전과 달라진 건 고인의 나이가 평균 90~95 정도로 확실히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길어진 수명 만큼 그분들이 돌아가실 때까지 건강하게 사셨느냐, 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작년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1024만명,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우리는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가 됐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5세, 누구든지 최소 20여년의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 잘사는 것(웰빙)을 넘어 잘 늙는 것(웰에이징), 잘 죽는 것(웰다잉)과 관련해 개인, 사회, 국가가 각각 다른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웰다잉은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는 늙기 전에 죽었고 죽는 과정도 짧았기 때문에 굳이 ‘준비’를 하고 말고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개인위생과 건강,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러운 죽음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병원 사망률은 77%로 세계 최고다. 마지막 순간까지 대부분 병원에서 치료받다 임종을 맞는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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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 존엄사법도 논란이다. 이 법을 찬성하는 국민이 80%가 넘는다는데 입법은 지지부진이다. 말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해 자연스럽게 존엄한 죽음을 맞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존엄사와는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생명을 인위적으로 중단시키는 중요한 일인 만큼 윤리적, 법적, 도덕적 측면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다.
이 밖에도 상속과 관련한 문제, 유언장 작성, 장례절차 등도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실제로 상속분쟁이 이혼소송보다 많다고 한다. 부자만 쓰는 게 아니라 규모와 상관없이 평생 모은 재산을 내 뜻대로 정리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원하는 장례절차를 미리 밝힘으로써 가족의 부담과 불필요한 갈등을 덜 수 있다.
또 요즘은 암보다 더 두려워하는 게 치매다. 65세 이상 노인의 10%, 84세 이상은 40%가 치매 환자다. 이 병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리 대비해 자신의 뜻을 잘 아는 사람을 후견인으로 정해 두는 게 좋다. ‘부부 쌍방 후견계약’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웰다잉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실정이다.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자기결정권을 통해 삶을 품위 있게 마무리하는 것, 동시에 사회의 품격을 높이고 개인의 존엄성을 귀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 자신의 뜻을 밝힌 유언장, 원하는 치료와 원치 않는 치료, 원하는 돌봄방식, 스스로 정리하는 삶의 기록, 원하는 추모방식 등은 마지막으로 하는 이기적인 결정이지만 가족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이타적 결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