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의 시세 반영률은 69%, 단독주택 53.6%, 토지 65.5%로 유지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열린 공청회에서 이러한 방침을 발표하며, 국민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폐기된 이후 3년째 동결되는 것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 제도와 행정 기준으로도 활용된다. 이번 동결 조치는 급격한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결정됐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공청회에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과 고물가 상황에서 공시가격 상승은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2025년까지 현 수준의 시세 반영률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번 동결로 인해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같은 지역의 경우 공시가격과 보유세가 다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지방의 경우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서 공시가격 동결로 인한 세 부담 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부담 완화라는 즉각적인 효과는 분명하지만, 정부 재정 측면에서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시가격이 낮게 유지되면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 연계 세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높은 부채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가 재정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재정 자립도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공시가격 동결이 이어지면서 지역별 공시가격의 형평성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서울 고가 단독주택의 시세 반영률은 약 50%에 불과한 반면, 지방 저가주택은 70~80%에 달해 세 부담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토부는 내년부터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심층검토지역을 선정해 공시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다.
동아대학교 강현주 겸임교수(부동산금융, 일반대학원)는 이에 대해 “공시가격 동결은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 지역별 형평성과 정부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가격 체계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